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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맛을 담아내고 싶은 날 .....

마감동(馬甘同) ... 2024. 7. 23. 12:17

마가렛 , 샤스타데이지 , 붉은장미가 어우러진 교실 창문밖 먹구름이 인다 ..

검정교복을 벗고 얇은 푸른반팔 , 까만 중학(中學) 교복모에 빗물이 떨어진다 ,

자애약방길 신작로(新作路)에 들어설 무렵 , 비를 피해 친구집에 들러 맹꽁일 잡았다 ,

들논과 산밭이 경계를 이루는 솔밭 가까운 황토밭가 웅덩이에 살던 귀여운 놈 ,,

친구놈과 토실하고 뭉퉁한 놈으로 두마리를 잡아 버려진 종이갑 안에 넣었다 ..

강자갈 돌멩이가 숭숭밖힌 울퉁불퉁 마이크로 버스 신작로 길을 간다 ,

매운 소나기가 지나가며 진흙과 모래 흙탕물 범벅의 도로(道路) 였다 ,

이런날 이면 버스가 지나 가도 , 더운 흙먼지가 일지 않아 좋았지만 ,

빗물이 , 고인 좁은 길에  버스며 차가 지날 때면 가끔씩 자전거와 교복 ,

심지어 가방 마져 시꺼먼 흙물에 젖곤 해서 , 집에 가면 칠칠치 못하다며 꾸중을 듣곤했다 ,,

쌍주막가 길가에 다다를 즈음 맹꽁일 꺼내어 등이 마르지 않게 적셔 주곤 ,

또 다시 길을 나선다 , 허름한 쌍주막 지붕 추녀아래 자전거가 즐비하게 서있다 .

자전차 짐받이 마다 장에서 구입한듯 하나같이 빗물에 젖은 열무단이 고무줄에 칭칭 묶여져 있다 ,

알만한 아저씨 들은 쪽마루에 걸터 앉아 연신 담배연길 내뿜으며 하늘만 쳐다 봤다 ..

피원방앗간 미류나무 사잇길을 지날 무렵 비는 쏟아붓듯 좌악 좌악 내렸다 ..

집에 돌아와 텃밭으로 향했다 , 비에 도라지 꽃들이 몽땅 땅에 누어 버렸다 ,

이 어여뿐 도라지 밭은 내 할머니의 ,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위한 특별한 밭이었으며 ,

하루 하루 오이가 맺혀 열려 가고 , 가지가 굵어 가고 , 고추가 아침저녁 으로 

붉어져 갔으며 , 마른 보릿짚 위로는 노란 참외가 단물을 흘리며 익어 갔다 ,,

교복 윗주머니 담뱃값 비닐속 안에 숨겨온 맹꽁일 꺼내 연밭 샘가에 놔주었다 ,

비 내리는 밤 녀석들의 황홀스런 노랫소리를 기대하며 말이다 ..

집 안마당에 들어서자 찐옥수수 냄새에 몹시 배가 고파져 왔다 ,

부엌문 앞에 할머닌 열무를 다듬고 계셨다 , 엄마의 절구질에 매운 고추냄새가 나기도 했다 ,

장날 이었나 보다 , 읍내 장날이 열리는 날엔 으레 열무김치를 담구었다 ,,

해서 ,, 여름 밥반찬중 열무김치는 빠지지 않고 주 메뉴를 담당 자처 했으며 , 

학교 도시락 반찬의 주 주인공 역시 열무였고 활약은 대단 했다 , 

그 시기 그 시절의 도시락 반찬은 대다수가 열무김치 였기에 말이다 .

친구들 끼리 반찬을 나누고 공유 했다 , 폭삭익은 김치 설익은 김치 ,,

새우젓이 듬뿍 들어간 김치 , 부추잎새가 넉넉히 들어간 김치 ,

성글한 빨간고추가루 양념에 진한 마늘냄새와 으깬 돼지파가 송송 뵈는 김치 ,

오이 소박이가 섞인 김치 그리고 얼갈이 배추와 함께 버무려진 김치 ,

그 중에 제일은 ,, 푹 익은 김치에 마른멸치 넣고 맥스웰 커피병에 담겨온 찐 열무김치가 제일 좋았다 ,,

종류도 다양한 열무김치의 향연이 펼쳐지는 교실안의 또 다른 풍경 이었다 .

어느새 ,, 심겨진 논에 모"는 수잉기(穗孕期)를 앞두고 논을 가득 채우며 넘실 거린다 ,,

그 친구들 다 모여 놓고 내가 재배한 쌀로 밥 한솥 가득지어 ,

이 빗소리속 맹꽁이들의 노래소리 첨가 , 곁들여 밥 한번 멕이고 싶다 ,

잘 익은 열무김치에 하얀쌀밥 , 그 시절의 맛과 정취와 그리움을 더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