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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인 다랑(畓)에 서다 .....

마감동(馬甘同) ... 2020. 11. 8. 12:23

탈곡기(脫穀機) 풍구 바람을 타고 검불과 티끌이 벼끌 거미줄 위에 내려 앉는다

얀마(yanmar) 석유 발동기는 연회색 연기를 내뿜으며 온 힘 동력(動力)을 발산 한다

타마구(tar) 를 듬뿍 멕인 피대 벨트는 쩍쩍 소리를 내가며 출렁 거리며 돌고 돈다

그 큰 , 힘차고 우렁찬 소리에 맞추어 장정들의 발길 손길도 그저 바쁘다

지게 작대기를 꽂아 키를 더 키운 지게를 짊어진 이들이 논둑으로 줄서간다

흙빛 국방색 작업복 맨발 지게위 늘어진 볏이삭단이 몹시 버겁게 보인다

고단한 삶의 무게가 검게 그을린 가느다란 힘겨워 보이는 장단지 에서 묻어 났다

새벽녁 품꾼을 싣고 달려온 흑말마차가 여물통 앞으로 콧바람을 내며 다가온다

지친 놈의 엉덩이엔 채찍에 의한 선명한 선홍빛 상처가 그대로 나 있었다

녀석은 지난 봄날 21% 복합비료를 그득 싣고 왔던 맑은 눈의 그 녀석 이었다 

말발목 까지 깊게 차오르는 진흙에서 우마차와 나란히 온종일 열심 이다

이런 난처한 녀석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 결국 해가 저물도록 아무것도 해주질 못했다

짙푸른 늦가을 하늘높이 말똥가리의 수려한 날개짓 그림자가 논 안에서 춤을 춘다

저 위 맹금(猛禽) 녀석의 표적 , 노적가리 밑에 숨은 살찐 들쥐의 포식을 위해 주시 중이다

농토 , 먹이에 대한 집착 ,, 강렬한 두종(種) 간의 움직임 뒤 해가 기울어 간다

시끄러움 , 소란스러움이 잦아 들고 둘러 앉은 밥광주리 주변이 번거롭다

농가 마다의 IR667(수원213) , 노풍벼와 유신벼의 특성에 대한 열띤 토론과 공방이 이어진다

냉해가 몰고온 흉년(凶年)을 설토(說吐) 하고 , 강제농정에 관하여 강한 불만이 드러났다

하지만 , 뒷뜸 어부(漁夫) 김씨 아저씨가 물건너 한뿌리 게바위 아래 갯골에서 잡은 상괭이 이야기

부게가득 잡혀온 이압조개와 그 동생 바지게 에서 꽃게와 서대가 넘쳐 논바닥 으로 흘리며 가더란 소담과 잡담에

퀘퀘한 시욱지 기름냄새 같은 그들만의 땀냄새 , 큰목소리는 스름 스름 사그러 잦아 들었다

금새 여론 , 화제는 바뀌어 가고 내일의 품앗이 일정에 관하여 입이 모아 졌다

막걸리 사발잔이 , 담배 성냥불이 오가고 풋풋한 찐빵냄새와 특유의 인도사과 내음이 인다

해거름녘 집앞 가로등 전신주 꼭대기 이른 솔부엉이 짖음이 마을안에 슬며시 퍼져 들고

감나무 가지 끝 잎새 사이에 숨어 멋쩍게 익어 가는 홍시감 열매를 쪼아 대는 까마귀의 몸짓

큰고니떼의 저녁 비행 울음소리 뒤로 그 날 그들만의 애잔 했던 잔상이 보여졌다

딱딱하고 달콤한향 , 넉넉한 달디 단 과즙 , 파란빛깔의 인디애나 사과 ..

쫀득 포실포실 따듯 달달한 단팥내음 ,, 읍내 문정호네 표 찐빵 ..

그 시절 , 그 날의 반토막 싸라기 농삿일 , 그 때를  푸념 하던 그 분들 ..

텅  비인 다랑들 , 채우지 못한 곳간의 비인 자리에 홀로 외로이 서 있다 ..

어김없이 찾아준 북서 계절풍을 따라 , 쭉정이가 흩어진 빈 논 위로 온갖 철새들이 날아든다 ..

바람이 지나는 텅빈 자리 , 그것들 ,, 그 사람들의 모습들이 지나쳐 간다 ..

그날 흑말 엉덩이 상처에 아까징끼 약솜 , 옥도정기 한방울 조차 준비 못한 그 자괴감은

훗날 , 아직껏 나의 뇌리 한켠에 숨어 자리 하곤 가끔씩 불쑥 튀어나와 나를 괴롭히곤 한다

그것들 !! ,, 그 말(馬) !! , 그 사람들은 !! , 가고 없다 ,, 그들이 무척이나 보고픈 이 가을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