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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잔상(殘像) .....

마감동(馬甘同) ... 2020. 7. 23. 07:59

 

곡마단(曲馬團) 앞잽이 차림의 엿가위질 소리와 함께 세찬 도지기가 쏟아진다 ..

고물 장수는 길가던 누런 바랭이를 짊어진 지팡이를 짚은 동냥아치와 함께 ,,

정미소(精米所) 왕겨간 안으로 비를 피해 리어커를 급히 몰고 들어 간다 ..

짧은 빗줄기는 금새 샛바람을 타고 그 어딘가로 빗물방울 거품 처럼 사라졌다 ,,

다시 해가 제 자리를 찾아 뜨거운 햇살로 세상을 뜨겁게 훤히 밝힌다 ..

단수수 모가지는 거칠고 세찬 소낙비 빗발에 그만 한발 넘게 땅 가까이 기울어 있다 ..

먹구름이 지난 자리 초가이엉 썩은새 물이 고인 쇠비름 밭고랑 안으로 ,,

살이 오른 , 추녀 도랑 물을 타고 오른 미꾸라지의 용틀거림 뒤로 흙탕물이 제법 이다 ..

쨍한 햇볕을 찾아 통직스런 아카시 나무 쇠털뭉치가 밖힌 둥치를 찾아 나선 ,,

아카시 수피(樹皮)에 기댄 순한 암소의 비게질 짓 , 긁적이는 소리에 나뭇잎이 흔들 거린다 ..

지난 늦겨울 맡배로 태어난 부룩소 숫송아치의 발버둥 거림 ,,

황송아치 걸음은 미끄러운 질마당을 단숨에 가로 지른다 ..

진흙 마당을 뛰어 넘은 심퉁스런 놈은 애돝배기 꺼먹돼지 곁으로 뜀질을 멈추지 않는다 ..

동부레기를 맞이 하는 녀석의 머리통엔 귀여운 뿔자리가 솟아 오르려 한다 ..

돼지울 속 구정물에 쌀겨가 듬뿍 뿌려진 구유속 돼지밥을 두고 두녀석의 먹이 쟁탈전 ,

볏짚 이엉에 굵은 솔나무 통가지를 반토막 내어 가로 세로 못질해 꼼꼼히 세워 엮은 ,,

울 안밖 엔 철부지 송아치 장난질과 먹이를 지키려는 돼지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

그 모습을 지켜 보며 지나던 누렁빛 동네 불강아지가 신기 한듯한 ,

표정으로 바라 보며 허공을 향해 짖고는 잰걸음 으로 쏜살같이 지나쳐 간다 ..

그 여름의 절정(絶頂) , 옥수수 울타리속 외(瓜) 끝순을 손톱 끝으로 순지르기 하던

내 할머니의 보릿짚이 깔린 참외 밭 , 노란 단물빛깔의 자체 그야말로 대단했다 ..

한광주리를 채운 단내 나는 참외를 들고 동쪽 문지방 넘어 힘겹게 들어 선다 ..

샘터 펌프질 펌핑 소리에 맞추어 뽐프 아가리 가득 간간하고 시원한 지하수가

네모 반듯한 세면 공구리 물탕 가득 차오르며 샘물이 질질 흘러 넘친다 ..

얼음 처럼 차디찬 짠물에 동동 거리며 띄워진 노오란 참외가 물위에 버둥댄다 ..

그날 ,, 나는 진한 흑당(黑糖) 내음의 흑설탕물 한주전자와 찰진 찐 옥수수 ,

꿀처럼 달디 단 참외를 가지고 도비와 함께 좁고 긴 미끄러운 그 길을 거닐어 갔다 ..

평장원 넘어 잔디원 그 끝 , 발동기 자리 줄풀과 마름이 자라는 도랑가 ,,

풋풋한 갈대꼴 소여물 바지게를 가득 채우신 할아버지를 찾았다 ..

머리 위 솔개 그림자 그늘이 머물며 , 실오라기 바람이 귓볼을 스쳐 지나 간다 ,,

돌아오는 길 삼베 보자기에 쌓인 빈 채반엔 뜸부기 알이 조심스레 담겨 지고 ,,

노랑 물주전자엔 이끼를 둘러 쓴 논우렁이 가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

회색 빛깔의 기억 넘어 넘실 대던 그 파랑의 물결 같던 세상 ,,

되 돌아 볼수 있는 이곳 ,, 이 터전의 한자리 ,, 내 아버지 , 나의 할아버지 ,,

한 가문(家門)이 일궈 내 딛어 걷던 그 길위 ,,, 논둑에 서서 쉼과 힘을 얻어 간다 .....